사라져간 인디언들을 위해 (캐나다 여행기 2)

+ 사라져간 인디언들을 위하여 (캐나다 여행기 2)

길 위에서 | 2006-08-15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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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캐나다 밴쿠버 소재 Storyeum에 걸려 있는 사진)

두 인디언이 지친 표정으로 멍하니 호숫가에 앉아 있다. 
바구니는 비어 있고, 지는 해가 쓸쓸함을 더해주고 있다.
둘은 도대체 무얼 바라보고 있는 것인지... 
아메리카 대륙에서 사라져간 인디언의 슬픈 역사가 왠지 이 사진 속에 다 담겨져 있는 것 같다.
  
Storyeum은 캐나다 British Columbia 주의 역사를 
연극과 뮤지컬, 영상을 총동원해서 보여주는 일종의 버라이어티 쇼 극장인데,
이 사진은 그 역사를 만들어 간 사람들의 발자취를 보여주는 벽면의
숱한 사진들 중의 하나였지만, 유독 내 눈에 밟혔다.



                                                 (Storyeum 광고판에 큰애가 얼굴을 내밀고 찍은 사진)

Storyeum의 버라이어티 쇼는 충분히 재미있고, 감동적이고, 
인디언, 영국인, 미국인, 중국인들이 어우러진 British Columbia주의 역사에서 얻은 교훈처럼
"We go together"를 외치지만, 
인디언 학살에 대해서는 전혀 얘기하지 않는다.
(캐나다에서도 미국처럼 인디언 학살이 있었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왜 인디언들이 사라져갔는 지에 대해서는 전혀 말을 하지 않는다.

캐나다에서 여성이 투표권을 얻게 된 얘기나,
캐나다 횡단철도 건설에 노예처럼 동원되었다가 캐나다에 정착하게 된 중국인들의 얘기나,
British Columbia 주가 미국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서 캐나다의 영토가 된 얘기들은
재미있게 보여주지만,
인디언의 삶은 전설 또는 옛이야기로만 그려지고,
그것마저도 관광객들을 위해 박제화된 모습일 뿐이다. 

결국 모든 지나간 것들은 이미 지나간 것들일 뿐이다. 

아내가 계속 묻는다.
도대체 인디언들의 나라였던 곳에서 인디언들이 지금 다 어디에 간 거냐고...
 

미국 작가 Paul Auster의 "달의 궁전" 이란 소설에,
세상의 냉대 속에서 대가족의 생계를 근근히 이어가다 결국 정신병원을 전전해야 했던
슬픈 개인사를 가진 Blakelock이란 한 미국 화가의 그림 얘기가 나온다.
 


                         "Moonlight" Ralph Albert Blakelock (1847~1919)

위 그림을 보면,
은은한 달빛 아래, 한 인디언이 말을 타고 휴식을 취하고 있고, 
인디언 움막 앞에는 모닥불이 타오르고 있다.
Paul Auster의 표현에 따른다면,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아메리카 대륙의 원초적인 풍경이다.

이번에 캐나다를 여행하는 동안, 나는,
지는 해가, 혹은 떠오르는 달이 얼마나 쓸쓸한 그림자를 자연에 드리우는지 느낄 수 있었다. 
따가운 햇살 속에서는 거침없는 산이고, 눈부신 호수이고, 짙푸른 숲이지만,
석양이 질 무렵부터는 웬지 달라 보였다...
사라져간 인디언들의 영혼이 깃들여 보이는 탓이라는 유치한 생각을 하기도 했다.



  인디언들은 왜 자기가 살던 땅을 뺏기고, 언어를 잃고,
그렇게 사라져 갈 수 밖에 없던 것일까...

이스라엘은 이천년 전의 자기 땅을 되찾은 것도 모자라,
지금 레바논에 폭탄을 쏟아 붓고 있는데...

자연을 믿는 사람들은 약하다.
신을 믿는 사람들은 강하다.

인디언들이 모든 불치병을 치료할 수 있는 약이라고 믿었던
Medicine Lake의 물살이
바람에, 혹은 돌팔매에 흔들리고 있다....


  1. 박노인 blog 2006-08-15 20:16

    언젠가 모든 신들이, 자연으로 돌아가는 날이 왔으면, 좋겠네요. 잘 읽었습니다.

    1. Simyon blog 2006-08-16 02:08

      신들이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표현이 참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합니다.

  2. 들꽃향기 blog 2006-08-15 20:37

    신을 믿는 이들은 경전을 만들어 사람들의 가슴을 지배하려 하지만,
    자연을 믿는 이들은 님과 같은 따뜻한 분의 가슴속에 살아남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훈훈한 글 잘 읽고 갑니다. ^^ 만복이 가득하시기를!

  3. Simyon blog 2006-08-16 02:11

    캐나다 여행하던 중에 아내가 들꽃을 특히 많이 사진에 담더군요...
    들꽃은 캐나다나 우리나라나 별 차이가 없는 듯 합니다.

    그리고 자연을 믿는 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4. *** 2006-08-16 10:11

    말탄 인디언은 모닥불 피우고 앉은 사람들하고 마음이 안맞아서 뒷뜰에 나와서 막 담배필려는 중이에요.

    1. Simyon 2006-08-16 16:40

      ㅋㅋ 어쨌든 그 풍경도 쓸쓸하네요...

  5. November blog 2006-08-16 12:04

    잘 읽고 잘 보았습니다.
    가슴속에서 조용히 강물이 흐르는 듯 해요.

    1. Simyon 2006-08-16 16:51

      베트남에선 강물이 조용히 흐르는데,
      캐나다에선 강물이 격렬하게 흐르더군요...

      저도 님의 글을 잘 읽고 있습니다..

  6. 날회쳐라 blog 2006-08-16 12:28

    학살 당한 인디언 이야기가 나오면 어느 고사가 생각납니다.

    " 내가 가만히 있는 꽃을 밟아 뭉갠 건 그것이 문 앞에서 피었기 때문이다. "

    ㅡㅡㅡ

    인디언이 사라진 이유도 그것과 같다고 봅니다. 당시 아일랜드(?)에 대흉년이 발생했고 굶주림을 피하기 위해 미국으로 대규모 이민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갑작스런 이주민의 증가로 농경지는 부족해졌고, 이주민들은 인디언의 땅으로 눈길을 돌렸습니다. 당연히 인디언은 저항했고(물론 초기에는 협력적 관계) 곧이어 대규모 학살이 발생했습니다.

    결국 농경지로 쓸 수 있는 땅을 인디언은 사냥터로 삼았다는데...

    1. Simyon 2006-08-16 17:32

      가만히 있는 꽃을 밟아 뭉개지 않기 위해 문을 다른 쪽으로 낼 수는 없었는지...

      꽃과 총이 어울려 사는 세상은 어디에도 없겠지만요...

  7. 또띠야 blog 2006-08-17 15:10

    지금도 인디언의 후예들은 조상들의 땅에서 이방인처럼 살고 있지요. 캐나다 곳곳의 인디언 박물관들에서 마치 인디언 문화의 힘을 봉인하고 있는 듯한 기묘한 느낌에 몸서리친 적이 있었어요.

  8. Simyon 2006-08-17 20:11

    어제 만났던 한 미국교포는 인디언들 중에 유독 알콜중독자가 많다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그네들이 너무 불쌍하다고,

    어차피 그 친구도 미국에서 마이너리티이기 때문에
    인디언들의 슬픈 운명에 공감할 수 있었던 건 아닌지...

    그리고 "봉인" 이라는 말의 느낌이 참 기묘하네요...
    아내가 캐나다에서 고집부려서 사온 기념품들은 대부분이
    다 인디언 유물(장승, 인디언 추장 얼굴, 해골 장식)이던데,
    제 아내도 인디언 문화의 힘을 우리 집에 봉인시키고 싶어서 그랬는지...

    1. 또띠야 blog 2006-08-18 14:56

      한달반 동안 캐나다 횡단 여행을 했거든요. 도시마다 인디언 문화 박물관은
      참 기가 막히게 잘 꾸며져있는데 정작 그 후손들은 무기력한 모습이었어요.
      멀쩡히 살아있는 인디언들은 영혼을 잃은 것처럼 돌아다니고, 정작 그 문화의
      정수라 할만한 유적들은 박물관에서만 멋있게 서있고... 뭐라 해야할지..

      저도 새스커툰에서 드림캐쳐 사다가 여행 내내 잘 갖고 다녔어요. 그 덕분인지
      어디서도 안전하게 잘 지냈죠. ^^

    2. Simyon blog 2006-08-20 11:38

      드림캐쳐라 함은 뭘 말씀하시는지...
      왠지 근사한 기념품일꺼라는 생각은 드는데요...

    3. 또띠야 blog 2006-08-20 16:06

      dreamcatcher 는 둥근틀 안에 그물 모양으로 실을 엮어서 깃털이나 구슬로
      장식해서 만들어요. 머리맡에 두고 자면 나쁜 꿈을 거기 걸려서 못들어오고
      좋은 꿈만 꾸게 해준다고 하죠. ^^
      일곱가지 소원을 성취하게 해준다는 조그만 비즈를 풀잎에 엮은 반지가
      귀국 선물로 최고의 인기를 누렸어요. 인디언이 버팔로 사냥하던 곳에서
      사왔다니까 더 좋아들 하더라고요. ^^

    4. Simyon blog 2006-08-21 22:23

      제가 요새 맘이 불안한지 자주 별의별 악몽에 시달리는데
      드림캐쳐라는 게 있는 줄 알았으면
      이번에 갔을 때 사가지고 오는 건데.. 쩝...

by 심연 | 2008/03/18 11:24 | 길 위에서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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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강산이 at 2009/10/13 00:33
와 .. 너무 멋지네요.
저도 달의 궁전이라는 책을 보다가..그림을 찾아 지금 헤매이고 있는데.. ㅎ
잘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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